저탄소 에너지
신재생에너지의 부상
주목받는 신재생에너지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탄소세 등이 부과되면서 화석연료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투자 결정 부문에서 '지속 가능' 문제가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압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초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환경적 지속성을 투자의 주요 결정 요인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의 정책적 의지도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 먹거리가 친환경 산업에 있는 만큼 산업구조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 정책자금 우선순위가 재생에너지 등에 쏟아지는 것이다. IEA는 아예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변화가 세계경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경제는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EA는 향후 3년간 1조 달러씩을 투자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1.1% 늘리고, 9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억 톤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전국에 약 240만 개 설치되어 있고, 국민 중 800만 명이 이 발전소들에 직접 투자하여 양질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신에너지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가스화 및 중질 잔사유 가스화 3개 분야이고,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 풍력, 수력, 해양, 폐기물, 지열, 수열의 9개 분야이다.
2020년 12월 발표된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최종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9년 발전, 건물, 산업, 수송 분야 합계 500만 TOE에서 2034년 2,350만 TOE로, 13.7%(재생 12.4%, 신 1.3%)로 확대할 계획이다. 발전량 비중만 보면 2019년 5.6%(19.3GW)를 2034년 25.8%(84.4GW)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태양광과 풍력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 (2020년 7월) 및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년 12월)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2020년 20.1GW에서 2030년 58GW, 2034년 77.8GW로 늘릴 것을 계획하였다. 2034년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45.6GW, 24.9GW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약 91% 수준이 될 것이다. 태양광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을 도입하고, 농촌 및 산업단지 융자지원을 늘리고, 주택 및 상가 등 자가용 설치비를 약 20만 가구에 지원할 계획이다. 풍력발전 확대를 위해서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지를 발굴하기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향 계측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배후 실증단지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며 해상풍력터빈 테스트베드(경남 창원) 및 실증단지(전남 영광)를 구축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의 핵심은 화석연료 대비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태양광과 풍력이다. 2009~2020년 사이 태양광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은 90%, 육상풍력은 71% 하락했다. 2020년의 발전원별 LCOE를 보면 석탄 $112/MWh, 원자력$163/MWh, 가스 첨두발전(Gas Peaker) $175/MWh, 가스 복합화력(Combined Cycle) $59/MWh로 재생에너지 발전인 태양광 (SolarPhotovoltaic) $37/MWh, 육상풍력 $40/MWh 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알 수 있다.
LCOE란 단위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서로 다른 발전원 간 경제성뿐 아니라 및 사회적 비용까지 비교하고자 발전설비를 운용하는 기간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초기 자본 투자비, 자본비용, 연료비, 유지비 등의 직접 비용 이외에도 탄소 배출과 폐기 등 환경비용까지 포함하는 전력 생산비용이다. 현재도 태양광과 풍력의 LCOE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재생에너지의 수요를 증가시켜 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또 그에 따라 LCOE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이 화석연료 발전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보다 작거나 동등한 수준의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 즉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하는 시점도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드 패리티는 유틸리티의 관점에서 계산하는지 소비자의 관점에서 계산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는 것은 보조금이나 정부의 지원 없이도 에너지 자원이 광범위한 개발의 경쟁 대상이 되는 시점으로 간주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그리드 패리티 수준에 도달하면, 이들 형태의 에너지로 대규모의 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IRENA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중 재생 에너지비 중은 72%(175.8GW)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97.7GW)과 풍력(58.9GW)의 비중은 각각 56%, 34%로 재생에너지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태양광 설치 수요는 2009년 8GW에서 2019년 117GW까지 10년간 약 15배 성장했다. 재생에너지 중 풍력은 수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이며, 그 규모는 태양광의 2배에 달한다. 또한 20191년을 기준으로 신규 재생에너지의 56%가 가장 저렴한 신규 화석연료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RENA 보고서(2019)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500GW 석탄발전을 태양광발전이나 육상풍력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매년 시스템 운영비용 23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약 1.8 기가톤을 감축할 수 있으며 경제 성장 촉진 가치가 9,400억 불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재생에너지 발전의 LCOE가 석탄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의 LCOE와 비슷한 정도이며 보조금을 받는(Subsidized) 경우에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짐을 알 수 있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규모(3MW급) 태양광의 발전단가(LOCE)는 2030년 94.2원/kWh로, 2020년의 136.1원/kWh 대비 31%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태양광발전단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설비비용, 운영유지비용, 금융비용, 토지비용, 법인세, 잔존가치 순이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태양광 산업의 성장과 기술발전에 따라 설비비용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인건비 관련 비용과 토지비용은 연간 물가 및 공시지가 상승 영향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태양광발전단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발전설비 비용과 함께 이용률을 들었다.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 이용률은 2019년 약 15%로 미국의 24%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는 태양광발전단가를 떨어뜨리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태양광발전단가는 대규모 발전설비일수록 더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태양광발전(100kW)의 발전단가는 2020년 대비 2030년에는 24% 하락하고, 중규모(1MW)와 대규모(3MW)는 각각 25%, 31%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태양광발전과 비교해 풍력발전의 발전단가는 더디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보고서는 2030년의 풍력발전단가를 150.3원/kWh로 예상하는데, 이는 2020년 166.8원/kWh 대비 약 10%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 민원비용 증가와 더불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입지 제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풍력발전의 재무적 관점에서 발전단가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설비비용(64.3%), 운영유지비용(17.7%), 금융비용(10.9%), 법인세(5.1%), 토지비(2.0%) 순으로, 육상풍력 발전설비의 경우 풍황이 좋고, 고도가 높은 산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부지 활용에 따른 토지비용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에 발표된 IEA의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재생에너지가 전력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30년 60%를 거쳐 2050년 거의 90%까지 증가한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선도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2050년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은 각각 23,000 TWh 이상이 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광은 풍력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적고 설비의 수명이 길다는 것이 장점이다. 태양광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태양 전지 패널 가격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태양광 전지 패널이 태양광 비용의 약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태양광발전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 여타 발전원에 비해 경제성 측면에서도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태양광 모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기술이 상용화되면 태양광발전 설비비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로브스카이트란 햇빛을 흡수해서 전하입자를 만드는 태양전지의 핵심소재로, 작은 결정의 알갱이들이 뭉쳐져 다결정 구조로 만들기도 쉽다. 또한 가격이 실리콘 셀 대비 10~30%로 저렴하며, 광전효율은 대등하면서 얇고 유연하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낮아지는 태양광발전 설비비용과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 장점 덕분에 개인 및 민간 사업자 중심으로 중소형 태양광발전단지가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 대규모 태양광발전설비의 경우 발전단가의 추가 하락 및 발전효율 상승이 예상되나, 설치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육상 대규모 태양광발전의 최대 단점인 설치부지 확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것은 수상 태양광발전이다. 수상 태양광발전은 토지나 옥상이 아닌 유휴 저수지 수면 위에 설비하는 것으로, 태양광발전의 필수 조건인 넓은 설치면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 물 위에 있어 온도가 쉽게 높아지지 않는 점과 수면에 비친 태양광이 반사돼 다시 모듈에 모이는 점 때문에 발전효율이 육상 태양광발전보다 10%나 높다.
국내의 경우 최근 한국 수력원자력이 청송양수발전소 저수지에 건설한 수상 태양광 발전소(4.4MW), 한국농어촌공사가 군산에 건설한 금굴 수상 태양광 발전소(1,011KW) 및 경상북도와 안동시를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 수력원자력(주) 등 6개 기관이 참여할 예정인 국내 최대 56MW 규모의 안동 임하댐 수상 태양광 발전소 등이 그 예이다. 설치부지 확보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공동으로 태양광발전사업에 참여하거나 이익공유제 운영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진행 중이다.
풍력은 태양광과 달리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밤낮에 상관없이 일정한 에너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상풍력의 경우 발전소 부지 부족, 소음, 진동, 경제성 등의 문제로 해안가로 이동 중이며, 해안가 고정식 해상풍력도 어로활동 방해 등 민원문제로 먼바다로 이동 중이다.
풍력은 해양으로 나갈수록 민원이 없고 발전효율이 높아져 중가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형 터빈으로 갈수록 설치비용 등 자본지출(CAPEX)은 높으나, 발전량이 많아지며 발전량 대비 설치비용이 줄어 LCOE 저감이 기대된다. 국내 육상풍력발전은 2025년 5.8MW, 해상풍력발전은 2030년 20MW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다.
풍력발전 사업은 초기의 사업부지 선정,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에서부터 개발 인허가, EPC 금액 산출 및 사업타당성 검토를 거쳐 설계 및 발전기 제작, 구조물 및 발전기 설치, 계통연계공사, 시운전 및 준공까지 일반적으로 7~10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러한 다양한 단계를 거쳐 성공적인 풍력발전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수용성 확보, REC/RPS 변동을 넘어서는 사업성 유지, 환경보전, 송배전 설비 확보 및 터빈 대형화에 따른 설치 인프라 확보 등 발전 사업자의 노력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또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초기 사업비도 많이 소요되므로,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수심이 50m를 넘어가면 해상풍력발전설비도 부유식 구조물을 선택해야 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석유개발 분야에서 수십 년간 활용해온 부유체 기술들의 응용으로 에퀴 노르, BP, 쉘 등 전통 석유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부유식 해양구조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대형 부유식 해양구조물 시장에서 독점적인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지니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현대중공업과 함께 동해-1 가스전 생산시설을 활용한 20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현대중공업 그룹은 부유식 해상 구조물의 설계와 제작, 설치기술 검토를 담당할 예정인데, 한국 내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모델을 최초로 사업화하는 것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등과 같이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시장은 선두업체와 후발주자의 구분이 어려운 분야가 많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해외의 선진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중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해상풍력발전은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신사업분야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규모 인적, 물적 투자가 수반되므로 제조업과 건설업과의 연결 및 고용유발 효과가 상당하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뿐 아니라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생태계를 확장하고, 이를 통해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 LYSTAD에 따르면 해상풍력 일자리는 2020년 기준 29만 7천 개에서 2030 년 86만 8천 개로 10년간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을 확대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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